항구도시 애나폴리스 (Annapolis)는 대서양을 향해 열려있다.
앤 여왕의 도시, 애나폴리스는 메릴랜드 주의 수도이며 항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근의 볼티모어 시가 메릴랜드의 수도인 줄 알고 있더군요. 애나폴리스는 미국 전체 주의 수도 중 가장 작은 도시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매력 있는 도시지요. 애나폴리스는 한때 (1783-84) 미국의 임시 국가 수도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1845년에 설립된 미국 해군 사관학교 (Navy Academy)가 있습니다.
최초의 미국 임시 수도였던 도시로, 항구를 중심으로 성장한 애나폴리스
17 세기 애나폴리스는 작은 마을에 불과했지만 1708년에 도시로 통합된 뒤로 18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정치적, 행정적 도시였으며 입국 항, 그리고 아프리카 서해안을 오고 가는 노예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애나폴리스 항구에서 직선거리로 선을 그으면 대서양을 지나 지중해를 거쳐 터키를 지나고, 더 나아가 한국의 평양에 가닿습니다. 메릴랜드는 평양과 위도가 같아서 사계절의 기온이 버지니아 주나 워싱턴 디씨 보다 약간 낮습니다. 그 이유로 메릴랜드에서는 두 지역에 비해 꽃이 몇 주 나중에 피는 반면, 단풍은 좀 더 일찍 물들어요.
하지만 메릴랜드 지역 중에서 애나폴리스는 고도가 낮고, 체사피크 만과 가까워 버지니아나 워싱턴 디씨, 두 지역보다 봄과 여름 기온이 더 높으며 겨울 최저 기온이 덜 낮은 편입니다.
애나폴리스와 노예선 로드 리고니어 호
1767년 9월 29일, 대서양을 향해 열려있는 이 항구에 선박 한 척이 도착했습니다. 데이비스 선장이 끌고 온 로드 리고니어 호, 노예선이었습니다. 그 배에는 아프리카 감비아 주푸레 마을에서 잡혀 온 쿤타 킨테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17살, 만딩가 종족의 전사였지요…. 처음에는 170여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타고 왔지만 98명만이 생존해서 애나폴리스에 도착했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당시 메릴랜드 관보를 보면, 그들이 도착한 지 한 달도 안 되는 10월 7일에 노예를 경매한다는 광고가 실려있습니다. 노예를 태우고 온 배는 그 자리에 담배를 싣고 서둘러 영국으로 향하고, 쿤타 킨테는 애나폴리스 부두 광장의 경매장으로 끌려 나갔습니다.
이곳 광장에서 쿤타 킨테는 버지니아 동북부 스포트실배니어 지역의 농장주 쟌 월러 집안으로 팔려갔습니다. 애나폴리스에는 1700년대에 지은 대 저택들이 유적 박물관으로 남아있습니다. 농장주들만이 아니라, William Paca House, 또한 Hammond Harwood House 와 같은 대 저택에도 노예 일군이 필요했을 테지요.
오른쪽에 보이는 기다란 지붕의 Market House에서 1939년에 최초로 Old Bay seasoning 을 팔기 시작했다네요.
애나폴리스 거리 – 식당, 카페, 상점들
식당, 카페, 상점이 늘어선 거리입니다.
대서양으로 나가는 체서피크 만이 내려다 보이는 메인 스트리트
반대로 체서피크 만을 뒤로 하고 본 메인 스트리트, 멀리 길 끝 써클에 있는 샌 앤스 성공회 성당과 오른쪽에 하얀 색 주 의사당 건물이 보입니다.
메릴랜드 주 의사당은 1779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여전히 입법 용도로 쓰이고 있는 미국 내에서 가장 오래된 주 의사당이며, 미국의 수도 역할을 했던 시기에 국회 의사당으로 쓰였던 유일한 건물이기도 합니다. 의사당 꼭대기에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건설했다는 미국 최대 규모의 목조 돔이 있습니다. 주 의회는 매년 3개월 동안 총회로 열리며, 주지사, 부지사, 하원의장, 상원의장 등 선출된 지도부가 모두 이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습니다.
애나폴리스 Chick & Ruth’s Delly 브런치
메인 스트리트에 자리하고 있는 Chick & Ruth’s Delly입니다. 1899년에 세워진 이 빌딩에서 Chick and Ruth Levitt 은 1965년에 이 식당을 열었습니다. 이곳에는 변함없는 맛의 크랩 케이크가 유명하지요. 푸짐한 양에 행복하고, 마치 고국의 원조 식당 같은 분위기에 마음도 푸근해집니다.
아침, 점심, 저녁 메뉴를 시간에 관계없이 언제나 오더 할 수 있는 식당입니다.
2층과 3층에는 10개의 객실을 가지고 있는 Scotlaur Inn 이 있습니다. 각각의 객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예스러운 가구로 꾸며져 있답니다.
자, 이제는 늦은 아침, 즐거운 브런치 시간입니다!
Crab Cake Platter. 음식이 나온 걸 보니 두 사람이 나눠 먹어도 아침 식사로는 충분한 양이었어요.
Corned Beef & 2 Eggs. 생각보다 맛은 수수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피클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피클처럼 짜거나 시지 않고 또 많이 달지도 않은 슴슴한 맛의 피클, 큼직하게 썬 피클의 넉넉한 인심에 더욱 훈훈했어요.
하얀 티셔츠를 입은 웨이트레스 분이 자기 사위가 한국 사람이라며 손주 사진을 보여 주었습니다. 반 쯤은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기가 해맑게 웃는 사진이었어요.^*^
이 식당을 다녀간 분들의 사진을 걸어 놓았어요. 웨이트레스에게 이 중에 누가 가장 유명한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이 주지사를 포함한 공직자들이라 자신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알렉스 헤일리
이 동상을 보니 다시 쿤타 킨테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책을 펼쳐 들고 앉아있는 남자분이 알렉스 헤일리입니다. 이 분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10여 년을 투자했습니다. 결국 감비아에서 자신의 7대 조상인 쿤타 킨테가 태어난 해안가 주푸레 마을과, 당시 노예선이 정박해 있던 제임스 섬을 찾아내었습니다.
이곳에 진열된 10개의 Story Wall에 새겨진 글귀는 바로 미스터 헤일리의 목소리입니다.
“들으시오! 비록 우리가 종족과 말이 다를지라도,
기억하시오, 우리는 다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이오.“
“우리는 모두 다 고통을 받는단다…
그리고 사람의 지혜란 그것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을 말하지.”
“네가 주먹을 꽉 쥐고 있으면 아무도 네 손에
무언가를 집어넣을 수는 없다.
하지만 너도 네 손으로 아무것도 집을 수 없게 되는 거란다.“
“너의 사랑하는 할머니와 그 분들 모두가
그곳에서 너를 지켜보고 있단다.”- Cousin Georgia
“가족을 안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아는 것이다.
우리의 가치와 전통은 우리 조상의 몸부림과
애통, 고통, 희망과 꿈을 통하여
치열하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9월의 쿤타 킨테 페스티발
매년 9월에는 쿤타 킨테 페스티발이 애나폴리스 부두에서 열립니다. 올해에는 날씨 관계로 10월에 열렸습니다. 이 축제는 아프리카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프리카계 카리브해 사람들의 지속적인 존재, 교육및 문화 유산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라이브 음악, 아프리카 예술품 판매점, 보석류, 수공예품, 댄스공연 및 어린이를 위한 행사로 하루 종일 진행됩니다.
50명 아티스트 마켓
성탄절을 맞아 애나폴리스 부두에는 50여 명이 참여한 아티스트 마켓이 열리고 있습니다.
부두에 있는 인포메이선 부스와 Restroom.
아직도 많은 이야기가 남은 애나폴리스입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에 와 있지만, 애나폴리스는 반짝이는 부두의 물비늘 아래에서 수많은 영혼의 스토리가 아직도 솟아 오르고 있는 아름답고 슬픈, 그리고 그들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장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