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월동 준비

처제가 수국을 여러 개 삽목해서 얻은 모종을 가져왔던 때가 지난봄이었다. 뒷마당 땅이 그다지 좋은 토양이 아니라 그런지, 키가 한 뼘이나 될까 한 수국 모종은 성장 속도가 느렸다. 키는 그다지 자라지 못했지만, 꽃 필 시기가 되니 보기에도 딱할 정도의 작은 분홍색 꽃이 동그랗게 피어 올라왔다. 가을이 되기도 전에 잎사귀가 단풍이 들더니,  첫 서리가 내린 다음날부터는 잎에 흑색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꽃밭, 채소 밭을 돌아보니 겨울나기 차비를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꽃이든 채소든 땅에서 뭔가를 기르는 일에 초보인 나는 걱정이 많아졌다. 다행히 고마운 분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간단하면서도 되도록이면 집에 있는 재료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수국 월동 준비 재료: 빈 박스, 낙엽, 지지대, 끈

1. 수국을 감쌀 수 있는 크기의 박스를 수국이 있는 자리에 세워 놓는다. 잎을 따줘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로 그냥 남겨줘야 한다는 권고가 있었다. 나는 고민하다가 남겨 주기로 했다.

수국 월동 준비 - 박스 세우기

2. 바람에 박스가 날리지 않도록 안쪽 코너에 지지대를 꽂아준다. 지지대가 뿌리에 닿지 않도록 주의.

수국 월동 준비

3. 안쪽 공간에 뒤뜰에 널려 있는 낙엽을 모아서 박스 안에 채운다. 낙엽이 없으면 먼저 신문지를 구겨 넣고 그 위에 지푸라기를 넣으라고 한다.

수국 월동 준비 - 낙엽

4. 박스 위 쪽, 접히는 부분을 끈으로 두서너 차례 휘감아 묶는다.

수국 월동 준비 - 끈으로 묶기

5. 박스 아래쪽 주변의  흙을 북 돋아주어서 박스를 더 고정시킨다.

수국 월동 준비 - 박스 고정

수국은 꽃순이 얼면 내년에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한다. 나는 박스 밖으로 올라온 가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뭇잎 이불 덮어주었으니까 얼굴도 따뜻할 거다. 내년에 다시 만나자.”

박스 하나 둘러주고 겨울을 잘 견뎌 달라고 부탁하다니…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생명을 구하는 큰 일을 한 것만 같았다.

Peter

메릴랜드 볼티모어 근교에 거주. 텃밭 가꾸기, 등산, 여행을 통해 자연과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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