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 FREE ZONE” – “프리”라는 단어의 앞 뒤 얼굴

이민 초기의 일이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스쿨버스를 놓쳐서 학교에 데려다주던 날이었다. 아이가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 길에 나는 표지판 하나를 보게 되었다.

”DRUG FREE ZONE”

노란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쓰인 표지판이었다. 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것이었다. 더욱이 학교 정문이 바라 보이는 곳에 서있는 선명한 표지판을 왜 이제야 보았단 말인가…

미국이 자유의 나라라고 하는 뜻이 이런 것인가. 마약이 자유라니. 그렇다면 아이 학교를 잘못 선택해서 왔나? 심경이 복잡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애들이 학교 정문에서만 나오면 마약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인을 보았다고 했다. 아내의 안색이 변했다. 애들 교육이 좋은 곳을 찾아 들어간 곳인데 이게 무슨 해괴한 상황인지 아내도 얼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한숨을 쉬며 답답한 심정으로 아이가 돌아올 때를 기다렸다. 아무래도 아이에게 진실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아내가 긴장하면서 말했다.

“너네 학교에 마약 하는 애들 많으니?”

“응? 잘 모르겠는데. 왜?”

“너네 학교에서 나오자마자 거기서는 마약 해도 된다는 표지판 있는 거 못 봤어? 드럭 프리 존!”

아이는 잠시 우리를 쳐다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그거 정 반대야, 드럭 금지 구역이라는 뜻이야!”

그뿐만이 아니다.

“TRASH FREE ZONE, LITTER FREE ZONE, ZERO WASTE ZONE”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

”SMOKE FREE ZONE” 금연 구역

또한 장애자 주차장에는 $300 FINE이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분명히 경고인 것 같은데, 왜 FINE 이란 말인가…그 단어가 벌금이란 뜻을 나중에야 알았다. 이런 표지판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민 초기의 해프닝이었다.

미국인 친구에게 이런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었더니, 자기는 중요한 약속 시간에 맞춰 들어가야 하는데, 주차 공간이 없어서 벌금 낼 각오를 하고 장애자 주차장에 넣고 들어간 적이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벌금은 안
냈지만 솔직히 3백 불 벌금 낼 생각에 볼 일을 제대로 못 볼 정도였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 폭소를 터뜨리다가 나는 그에게 짖궂게 말을 던졌다.

“헤이, 친구! 여기 주차하고 3백 달라 내도 좋은 거지? Are you FINE?”

Peter

메릴랜드 볼티모어 근교에 거주. 텃밭 가꾸기, 등산, 여행을 통해 자연과 만나고 있습니다.

Related Article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5 × 2 =

Back to top button